<떨림과 울림>은 알쓸신잡에 나왔던 김상욱 박사의 책이다. 북클럽에서는 나름 다양한 책을 또 신간에 준하는 책들을 많이 제공하는데, 그중 굳이 과학책을 그것도 물리학을 다룬 책을 고른 이유 중 저자인 김상욱 박사가 8할은 차지한다. 많은 이들이 그랬듯 나도 김상욱 박사를 '알쓸신잡'을 통해 만났는데, 작가인 김영하나 유시민 혹은 MC인 유희열에 못지않은 감성을 지녔다. 아마 대부분이 공감하듯 전형적인 과학자 이미지, 차갑고 이성적이며 어려운 말만 하는 그런 보편적 이미지를 탈피한 사람이다. 또,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꼭 직업이 아니라도) 자신의 분야에 열정적인 이들에게 끌린다. 누군가 어떤 것에 열정적이고 너무 사랑하는 게 보이면, '아니 그게 대체 뭐길래?' 혹은 '어떤 부분이 저 사람을 저렇게 즐겁게 하는 거지?' 싶어 궁금해진다. 그래서 이 책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는 독자를 다독인다. 내가 포기할 법한 구간에서 '다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앞에 내용 어려웠어도 그 중 이것만 이해하면 된다'며 격려해준다. 어떻게든 학생을 끌고 한 학기를 마치려는 교수님의 모습이 자꾸만 느껴졌다. 교수님 감사해요. 덕분에 완독 했어요.... 챕터마다 자신의 분야를 너무 사랑하지만 사람들이 물리와 양자역학 소리만 하면 학을 떼는 바람에 눈물을 흘리며 어떻게든 쉽게 풀어서 소화시키려는 처절함도 느꼈다. (첨부한 짤이 자꾸만 생각났다.) 뒤로 갈수록 정말 어려웠지만...! 김상욱 박사의 떨림에 울림으로 답하는 독자이고 싶었기에 이겨냈다.
이미 알고있는 부분에 살을 덧대어 새로운 학설을 소개하는 부분은 이해하기 수월했지만 양자역학 파트를 본격적으로 들어가자 따스했던 저자와 거리감이 한 1만 광년 정도 생겼다. 교수님 제가 양자역학을 앤트맨으로 배웠거든요....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을 위안 삼아 정말 너무 어려워 받아들이지 못하겠으면 적절히 스킵하면서 보면 크게 힘들지는 않다.
설명하고자 한 건 정말 많았겠지만 내가 이해한 내용은 '초끈이론이 대체 무엇인가', '하이젠베르크가 뭘 했길래 나도 이름은 아는거지?' 와 같이 지극히 피상적인 수준밖에는 되지 않았다. 그래도 저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어떤 식으로 보이는지가 궁금했던 거니까. 인문학 파트와 연결한 부분들은 정말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 양자역학이 동양철학이나 초현실주의 미술과 맞닿아있는 지점 같은 것 말이다. 내가 지난 학기 비교종교학 강의를 통해 불교나 힌두교 철학을 배운 직후라 더 그랬다.
4부의 [인간] 우주의 존재와 인간이라는 경이로움 부분에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사랑하는 구절들이 담겨있다. 인간이 너무 싫을 때 미래의 내가 참고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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