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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 in Kiel.

교환학생 in Kiel_인터넷편

by 여누 Yeonu 2020. 3. 9.

인터넷은 개인적으로 비자 다음으로 할 말도 많고 일도 많았다. 그래서 아예 번외로 인터넷 편을 따로 쓰기로 했다. 당시 남겨둔 기록에 기반하고 있지만 바뀐 게 있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으니 정보로 볼 때는... 가볍게 참고만 하기.

 

먼저 유심 얘기부터. 나는 독일에 도착해서도 프랑크푸르트부터 키엘 기숙사 바깥에서 길을 찾아야 할 일 등 핸드폰이 필요한 일이 많고 또 키엘을 금방 떠나니 유심을 살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 처음 약 이주 정도를 쓸 수 있는 유심을 미리 사서 갔다. 이때 산 건 10GB짜리 3(Three) 유심. 내가 처음 여행할 곳인 영국 통신사라 영국-아일랜드에서 잘 터진다고 하고, 독일에서도 나쁘지 않았다. 계획한 대로 여행 기간을 포함 초반 보름 정도는 3 유심을 썼고 돌아와서 새 유심을 샀다. 선택지는 꽤 여러 개 있었는데 알디톡은 저렴하긴 하지만 독일 마트인 ALDI에서 만든 유심이라 다른 국가에선 사용이 불편하다고 해서 패스, o2 유심도 후기가 별로 안 좋아서 여행을 많이 다닐 작정이었던 난 맘 편하게 vodafone을 선택했다. 이때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는데, 선불 유심을 사려고 하면 starting pack을 파는 지점이 따로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아직도 왜 이런 걸 따로 하는 건지 모르지만, 친구들이 이미 찾아둔 키엘 시내 Andreas-Gayk 거리, 맥도날드 근방에 있는 vodafone으로 찾아갔고 여권이랑 주거 등록 서류(이건 아닐 수도)를 가져갔던 기억이 있다. 최근에 독일에 간 친구 얘기를 들어보니 유심 구입이 더 힘들어졌다고 한다. 더 찾아보길 권장. 하여튼, 6개월 간 사용할 선불 유심을 달라고 하니 6개월 치 요금을 한 번에 충전하게 만들었고 한 달 데이터 2GB를 사용하다가 부족하면 더 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한 달 요금은 이제 생각이 잘 안 나는데 역시 vodafone은 다른 통신사들에 비해 꽤 비쌌다. 처음 충전할 때 50-60유로 사이로 충전했던 것 같은데 정확하지 않음. Vodafone은 유럽 구석구석 사업을 하고 있어서 로밍을 따로 할 필요가 없어 편하다. 국경 넘으면 그냥 알아서 국경 넘었구나? 하는 문자가 오고 그 나라 vodafone으로 바뀐다(좌측 상단에 Vodafone DE, Vodafone NE 등으로 자동으로 바뀜). 그 덕에 여기저기 쏘다녀도 따로 로밍이니 유심이니 알아볼 필요가 전혀 없어 편했고, o2 사용하는 친구와 함께 여행을 다닐 때 vodafone이 훨 잘 터졌다. 추천추천.

 


 

유심은 힘든 것도 아니다. 친구 도움으로 다른 데 헤매지 않고 starting pack 판매하는 vodafone 매장으로 직행, 스타벅스에서 기다리는 친구들 커피가 식기 전에 돌아갔으니까. 이제 진짜 힘든 건 기숙사 인터넷. 우리나라 기숙사에선 와이파이는 기본 아닌가? 일단 우리 학교 기숙사는 방마다 따로 연결할 수 있었고 인터넷에 대한 걱정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또 안일하게 인터넷에 대한 아무 생각도 없이 갔지만 하, 대한민국 IT강국이야. 사는 내내, 여행 다니는 내내 유럽의 모든 것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고 어떻게 이 대륙 전체가 이렇게 멈춰있는가 개탄을 금할 수 없었다. 키엘 기숙사는 한 달에 딱 10GB만 사용이 가능했다. 아, 뭐 핸드폰 데이터가 그 정도라면 충분히 만족하겠지만 내가 산 vodafone은 한 달에 2GB였다. 밖에서 지도 보고, 이것저것 할 게 얼마나 많은데! 그래서 키엘에만 있을 때면 몰라도 바깥으로 나갈 땐 꼭 중간에 충전을 더 해줬어야 했다. 학교에 가면 인터넷을 쓸 수는 있지만 학교가 바로 옆도 아니고, 내 기숙사에서 학교까지 버스로 20분이 걸렸다. 대충 버텨볼까 했지만 기숙사 인터넷 연결 후 딱 하루 만에 10GB, 다 썼다. 넷플릭스의 노예인 데다 집에 페이스타임 걸고, 여행 갈 정보 모으느라 하는 웹서핑 등 한국에서 쓰는 대로 쓰니 딱 하룻밤 만에 한 달 치를 다 써버린 거다. 놀데라도 있으면 나가 놀겠지만 키엘은 클럽에서 하이스쿨 뮤지컬을 틀어준다는 동네였고 5-6시면 시내 가게들도 문을 닫는 곳이었다. 영화도 독일어 더빙 없이 보려면 영화 개봉 주 금요일에 딱 한 번 영어로 상영하는 그 타이밍을 맞춰야 하고. 이런 것들이 아니더라도 결정적으로 날씨가 후졌다. 키엘은 독일의 북부에 속하는데, 얼마나 북쪽이냐 하면 키엘에서 버스 타고 덴마크도 갈 수 있다. 그 말인즉슨 햇빛이 들면 사람들이 뛰쳐나와 드러누울 정도로 햇빛 나는 날이 귀하고 시도 때도 없이 비가 뿌리니 겉옷은 방수가 아니면 죽음이며 이런 이유로 낮이든 밤이든 나가고 싶지 않다. 안 그래도 집순이라 집에 붙어있고 노잼도시 키엘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들은 나는 10GB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판단, 해결책을 강구한다.

 

이런 경우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두 가지. 첫째, 나는 4인 플랫에 살았으므로 이미 따로 인터넷을 설치한 다른 방 친구한테 부탁한다. 방학이라 여전히 없었던 나머지 둘 말고 남은 한 명에게 부탁했고 물어봤는데 그 친구는 한 달에 100GB 정도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맘껏 써버리면 이 친구는 안 남을 것 같은데. 그래서 인터넷이 다시 설치되는 한 달 정도는 부탁해서 함께 썼지만 내가 양껏 쓰려면 그건 안 될 것 같았다. 사실 이것도 충격받은 것 중 하나인데 아니 랜선 깔아놓고 무슨 핸드폰 데이터 마냥 몇 기가 쓰면 속도 느려지게 만들고. 추잡해!

 

그래서 두 번째, 내 방에 깔 무제한 인터넷을 찾기로 했다. 나는 반년이면 떠나야 하니 약정이 없고 데이터 제한도 없는 걸로. 이 부분은 룸메가 도와줘서 잘 찾아 신청을 했는데, 나는 공유기가 있어서 따로 라우터를 시키지 않았다(대왕 실수). 요금은 3달간은 10유로, 4번째 달부터는 15유로로 쌌고 라우터도 대여 시 한 달에 2유로 정도이다. 다만 설치까지가 정말, 오래 걸린다. 신청을 하면 이메일로 일방적인 통보가 온다. 언제 되느냐 이런 거 아니고 그냥 그 날 언제부터 언제 사이에 technician이 올 테니 집에 있으라는 것. 나는 개강 전에 여행을 무지막지 다녔는데 통보받은 날짜는 내가 포르투갈에 있는 날짜던가^^.... 결국 내 기숙사에서 한 시간 넘는 거리에 사는 친구가 와서 나 대신 기다려줬다. 그런데, 테크니션이 그 시간보다 더 일찍 다녀갔는지 그 날 친구가 통보받은 시간 내내 앉아있어도 나타나질 않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연락을 해 다시 약속을 잡았고, 신청하고 거의 한 달이 지나서야 테크니션이 다녀갔다. 그런데 또 문제. 아까 말한 라우터를 시키지 않아서 랜선을 연결을 해도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았다 어흐흑. 그래서 o2 측에 말을 하니 계약 수정 기간이 끝나 다시 라우터를 받으려면 50유로를 내야 한다고 따흐흑. 랜선까지 연결했는데 포기할 수도 없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 결국 멍청비용 50유로와 라우터를 교환했다. 택배로 받은 라우터를 사용설명서 따라 조심조심 연결하니 TADA!! 10월 중순?에야 빵빵 터지는 무제한 인터넷을 쓸 수 있었다.

 

인터넷 성공 후 인스타스토리ㅜ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 자취방에 인터넷 설치하면서 한참 걸릴 것 같다더니 미리 연락 주고 약속 잡아서 사흘 만에 설치 끝나는데 감동받아서 눈물 날 뻔. 애국가 제창.


연결까지도 오조오억년 걸렸으나 독일 인터넷의 진짜 빡치는 점은 해지에 있으니... 

 

미리 찾아본 블로그들에서 얻은 정보와 o2매장 가서 직접 물어보고 들은 사실들을 바탕으로 해지를 준비했다. 일단 한 달 혹은 한 달 반 전부터 해지를 준비해야 한다. o2 홈페이지에서 해지 신청을 하고 그때 받은 번호로 열흘 내에 전화해 해지를 확인(??) 받아야 한다. 사실 독일에서 겪은 대부분 힘든 일의 시작은 독일어를 반 걸음만 뗀 주제에 용감하게 독일로 떠난 데에 있는 것 같다. 안내 받은 번호로 전화하면 안내 음성이 한참을 나오는데 독일어 리스닝&스피킹이 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수도 없이 들어야 한다. 아무것도 누를 필요 없이 기다리다 상담원 연결이 되면 일단 영어로 상담 진행이 가능한지 물어봤는데, 그 사람도 당황을 한 건지 독일 종특인지 안되면 안 된다 말을 하지 냅다 끊는다. 혹은 매우 친절한 경우(^^), 다른 상담원에게 전화가 연결되도록 대기를 걸어줬다. 다만, 영어 상담이 되는 사람에게 연결해준 게 아니므로, 대기해서 다음 사람에게 연결되더라도 다시 뚝 끊길 수 있다. 아주 운이 좋아 영어 상담이 되는 사람을 만나도 전화로는 해지 확인이 안 된다고 하고 또 끊는데(지들이 홈페이지에 전화로 해지하랬으면서!!!!), 그냥 침착하게 또 걸면 된다. nn통을 걸어 겨우 절차를 알고 영어를 하는 상담원을 만나니 이메일과 우편으로 해지 서류를 보내준다고 했다. 그런데 갈 때까지 우편으로는 안 왔다. 둘 중 하나라도 와서 어디야.... 여기부턴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상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이메일로 서류를 다 작성해서 보냈고, 처리되었다는 답장도 받았는데 이상하게 한국에 들어와서도 한참을 o2에서 이메일이 왔다. 라우터는 매장을 통해 택배로 보내고 요금 정산도 o2 매장 직원이 알려준 대로 전부 하고 왔는데!

 

교환학생의 6개월의 처음 한 달, 마지막 한 달가량을 인터넷과 씨름하며 보냈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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