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카포트 있다!

모카포트 뽕이 가라앉았다고 생각했던 어느 날, 집에 있는 거 좀 팔아볼까 하고 당근마켓 앱을 받고 시험 삼아 모카포트를 검색해봤다. 브리카 4컵짜리가 이만 원.... 원가 육만 원.... 실사용 2회.... 깔끔.... 구매!!!

 

잠깐 샛길로 새자면, 당근 약속 잡고 바로 원두부터 샀는데 전부터 눈여겨보고 있던 송도커피에서 처음 구매하는 고객 대상으로 세 가지 원두를 45g씩, 배송비 포함 9900원에 보내주는 상품이 있어서 이걸로 선택했다. 집에 그라인더가 있긴 한데 수동이라 엄두가 안 나서 모카포트용 그라인딩도 부탁했다. 해당 키트는 분쇄 정도랑 산미 유무 선택으로 취향도 반영해주니까 참 좋았다. 광고 아님 관계자 아님 ㅋㅋㅋ 

 

하여튼 원두까지 도착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끓여봤는데 솔직히 말하면 핸드드립이랑 큰 차이는 못 느꼈다. 내가 핸드드립을 잘할 리가 없는데도. 그런데 이것저것 할 필요 없이 모카포트에 물 채우고 원두 채워서 불에 올려놓기만 하면 맛있는 커피가 나온다는 점이 좋았다. 모카포트를 쓰고 나면 집안에 한참 동안 커피 냄새가 가득한 것도 마음에 들고 세척도 쉬워서 널어놓고 건조가 제대로 되는지만 신경 써주면 끝이라 편하다. 그런데 아무래도 4컵짜리다 보니 혼자 다 마시기엔 많고 가족끼리 마실 땐 부족했다. 다시 끓이려면 포트가 식을 때까지는 기다렸다가 분해해서 원두 비우고 새로 채우고 해야 하니까 시간이 너무 걸리고. 4컵은 딱 2인용이다.  아무튼 쓰다 보니 이래서 사이즈별로 산다는 거구나 싶고 괜히 다음엔 알록달록한 친구로 사보고 싶었다. 언젠가 이탈리아에 여행 가면 예쁜 친구로 데려오리라!

 

자취방으로 모카포트를 가져오면서 걱정이 많았다. 본가에서야 가스레인지에 작은 칸에 올리고 썼었는데 하이라이트가 쟤 인식 못하고 꺼지면 어떡하나, 이거 쓰겠다고 버너랑 삼발이를 따로 사야 하나.... 그런데 하이라이트가 사양이 높은 모델이 아닌지 문제없이 잘 된다^^!

브리카 귀여워~

자취방에는 그라인더가 아예 없어서 무조건 분쇄된 원두를 사야 하는데 전에 보헤미안 커피에서 사다가 스벅에 부탁했더니 원두 향이 진할까 봐 안된다고 거절당해서, 이번엔 스벅 그라인딩 이용할 겸 그냥 스벅 원두를 샀다. 그나저나 매장에서 18000원인데 마트에서 10900원이던데 아무리 음료 쿠폰 들어있대도 그렇지 너무 차이 나는 거 아닌지 ㅋㅋㅋ 블론드 로스트로 사봤는데 나쁘지 않다. 좀 비싸게 산 원두는 아무렇게나 먹기 아까운데 부담 없이 잘 먹고 있음. 혼자 마실 땐 절반은 마시고 나머지 절반은 n시간 후에 마시거나 그냥 담날 마시게 보관한다. 향 날아가도 뭐 어쩌겠어용

 

벌써 모카포트 쓴 지 한 달이 넘었는데 크레마도 그렇고 ㅋㅋ 한참 고민하다 산 것들은 장단점을 전부 따져보고도 사고 싶었던 거라 만족도가 높다. 다음엔 어떤 원두를 사다가 먹어볼까 하는 재미도 있고 아무튼 대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