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가에 있다 보니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보게 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한국인의 밥상>,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등 유사한 프로그램들을 아주 많이 시청하게 된다. 혹은 안 봤더라도 어떤 식당이 나왔는지 알게 됨....
이번에 우리 아빠가 꽂힌 건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 나온 순창 시장 4000원짜리 옛날 짜장면. 어렸을 때 그 맛이랑 비슷할 것 같아서 먹고 싶다며 순창 시장 장날만 기다리다가 (1, 6일^^...) 2월 21일에 영문도 모르는 나까지 데리고 순창으로 갔다. 시장에 가면 버스 종점 옆에 주차장이 있는데 거기부터 붐빈다. (참고로 돌아다니다 보니 다른 주차장도 여럿 있는데 다 무료고 자리도 많았음) 시장 안으로 들어가도 사람이 시골장 답지 않게 굉장히 많았는데, 아무래도 다 그 짜장면을 찾아온 것 같았다. 그냥 추측이 아니라 웅성대는 소리에서 '짜장면'을 몇 번 들었는지 ㅋㅋㅋㅋㅋ 나중에 우리가 주변 상인분들한테 물어볼 때마다 어디선가 나타나서 정보 듣고 가시는 분들도 많았다. 아무튼 짜장면을 찾아 시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데 아무리 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장날에만 여는 집이라 간판도 없댔고,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전라북도 순창군 순창읍 남계로 58' 딱 요 주소만 나오는데 그냥 순창시장이 저 주소를 쓴다^^....
이건 물어보지 않으면 절대 못 찾겠다 싶어서 참기름 사면서 기름집에 물어봤는데... 사장님 반응이 뭔가 시원찮으셨다. 예? 그 집은 김치가 젤 맛있다고요? ㅋㅋㅋㅋㅋ 그래도 한번 드셔 보시라며 위치를 대강 알려주셨는데 그리 가도 셔터 내린 가게들만 보이고 영 찾을 수가 없었다. 알고 보니 그 집이 하필 그 날 일이 생겨서 안 열었다고. 짜장면집 찾으러만 5000보는 걸었는데 완전 황당황당봉황당.
밥때 맞춰 간 거라 슬슬 배는 고픈데 짜장면은 없고 끼니를 어째야 하나 싶은데 이 시장에 순대가 유명한 모양이었다. 일단 순대집이 많고, 다 방송 하나씩은 출연했댜. 짜장면 찾으러 온 사람들이 다 순대국밥 먹으러 들어갔나 집집마다 줄 서서 기다리고 식당 내부에도 사람이 진짜 많았다. 난 거기서 마스크 내리고 먹고 싶진 않고 순대만 포장해서 차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젤 잘되는 집은 워낙 바빠서 원래 포장해주는데 못해주겠다고 할 정도로 사람이 북적북적. 그래서 그 옆집에 포장해달랬는데 순대는 안 뎁혀서 따뜻하지두 않고 뜻밖의 국물까지 받았다. 점심으로 먹을랬는데 얼결에 저녁거리 됨. 게다가 국물을 비닐봉지에 그냥 넣어서 주셨다;; 얼결에 산 거라 그대로 받긴 했는데 혹시 나중에 또 포장하게 된다면 냄비를 꼭 가져가야 할 듯. 저녁에 끓여 먹으니 맛은 있었다! 첨엔 양이 적어 보였는데 어라라 국밥에도 넣고 그냥 뎁혀서 먹기도 했는데 셋이서 두 번 먹어야 할 정도였다.
난 그냥 이렇게 마무리될 줄 알았는데 우리 아빠는 그 짜장을 기어이 먹어야겠다고 다음 갈 수 있는 날 체크하고 있다. 조만간 장날에 순창에 가 있을 것 같다....
+) 같은 방송에 나왔던 유과는 3월 20일까지는 방문판매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주문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갔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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